일상

[인사이트] AI 시대, 툴(Tool)의 노예가 될 것인가, 내 직무의 '설계자'가 될 것인가

KLDS 2026. 4. 16. 16:28

십수 년 된 레거시 웹사이트를 유지보수하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거쳐간 이해되지 않는 비즈니스 로직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의도치 않은 버그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온다. 역설적이게도 이 고된 유지보수 환경이 당장의 직무를 보전해 주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묘한 회의감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AI '딸깍' 한 번이면 해결할 문제를 종일 들여다보고 테스트를 반복하고 있자니 현타가 찾아왔다.

 

얼마 전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이런 질문이 뇌리를 스쳤다.

 

"과연 이 방식대로, 이 직군에서 평생 일하는 것이 맞을까?"

 

 

이전에는 가벼운 우스갯소리로 넘겼던 고민이 잦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무겁게 다가왔다. 금융이라는 폐쇄된 환경 덕분에 당장 앞으로의 2~3년은 거뜬하겠지만, 결국 개발자라는 직업은 스스로 '설계자'가 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점을 맞이할 것이 분명하다.

 

단순한 기술자의 시대가 저물고, 해당 도메인의 영역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득세하는 시대가 왔다. 진정 인간 본연의 가치와 상상력을 뽐낼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최근 열린 한 AI 해커톤의 결과는 이를 명확히 시사한다. 우승을 차지한 것은 날고 기는 전문 개발자들이 아니라, 현장의 고질적인 비효율을 AI로 풀어낸 '건축 도메인 전문가'들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뚜렷하다. 현장의 진짜 문제(Pain Point)를 뼛속까지 이해하는 자만이 기존의 관습을 타파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상상력을 실현해 주는 도구로서 AI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60224/133413539/1

 

AI가 코딩의 종언 부를까··· ‘어떻게’ 만들까 보다 ‘무엇’을 만들지 더 중요한 시대 온다

현지시간으로 2월 10일에서 17일 사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드 출시 1주년을 기념한 ‘빌트 위드 오퍼스 4.6: 클로드 코드(Built with Opus 4.6: Claude Code)’ 해커톤이 개최됐다.

www.donga.com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나는 내게 주어진 환경을 활용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내게 주어진 '레거시 금융 웹 개발자'라는 환경을 돌아보았다. 리스크관리라는 도메인 속성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이를 내 관심사인 투자 영역에 접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설적인 트레이더로 향하기 위한 '개별 종목 매수 타이밍 AI Agent (Day Trading용)'를 설계하는 식이다. 기업들의 성장 핀포인트를 경보 항목으로 잡아 팔로업하는 구조다.

  • Tracking Node: CRCL의 경우 CPN 참여 기관 수, Visa StableCoin Transaction 트래커, 옵션 동향 등 핵심 지표를 실시간 추적한다.
  • Strategy Node: 단기 트레이딩용 직전 장 마감가와 보조지표를 트래킹하여 주요 지지선을 표기하고, 당일의 매매 전략을 수립한다.
  • Buy & Sell Node: 최종 결정안을 감정의 배제 없이 기계적으로 수행한다.

인간이라는 한정된 리소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반복 작업을 컴퓨터에게 맡겼듯, 이제는 나의 워크플로우 자체를 AI 에이전트에게 위임할 때다.

 

하지만 여기서 진정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당장 AI 에이전트를 개발하자'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평소 일상과 업무 속에서 이러한 '설계자적 사고'를 끊임없이 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왜 그래야 할까? 머지않아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범용적이고 직관적인 AI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때, 평소 자신의 도메인과 환경을 AI와 결합하는 고민을 해왔던 사람만이 그 도구를 십분 활용해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남들이 사용법을 익히고 있을 때,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해결해 내는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코딩이라는 기술 자체를 배울 때가 아니다. "내 도메인의 문제점을 어떻게 정의하고, AI라는 도구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설계자가 되어야만 살아남는 시대다. 지금 당신은, 당신의 환경에서 무엇을 설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