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된 레거시 웹사이트를 유지보수하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거쳐간 이해되지 않는 비즈니스 로직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의도치 않은 버그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온다. 역설적이게도 이 고된 유지보수 환경이 당장의 직무를 보전해 주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묘한 회의감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AI '딸깍' 한 번이면 해결할 문제를 종일 들여다보고 테스트를 반복하고 있자니 현타가 찾아왔다. 얼마 전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이런 질문이 뇌리를 스쳤다. "과연 이 방식대로, 이 직군에서 평생 일하는 것이 맞을까?" 이전에는 가벼운 우스갯소리로 넘겼던 고민이 잦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무겁게 다가왔다. 금융이라는 폐쇄된 환경 덕분에 당장 앞으로의 2~3년은 거뜬하겠지만, 결국 개발자라는 직업은 스스로 '설계자'가 ..